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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연구 (Leisure Studies)

경쟁이 즐거운 한국 엔터테인먼트

최석호

서울신학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

201951

 

경쟁적 시장 환경 조성

모든 엔터테인먼트 제작사는 자사제품이 시장에서 잘 팔릴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구사한다. 그 과정에서 경쟁력 떨어지는 하찮은 엔터테인먼트 생산물이 시장에서 성공하기도 한다. 홍보마케팅을 잘 한 경우가 전형적이다. 그러나 오래 가지 못한다.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경우에도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시장을 잃게 된다. 결국 엔터테인먼트 기업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경쟁력 있는 엔터테인먼트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모든 나라 정부는 자국 엔터테인먼트 생산물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엔터테인먼트산업 진흥 정책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생각하는 우를 종종 범한다. 세계화 이전에는 진흥정책만으로도 얼마든지 자국 엔터테인먼트산업을 육성할 수 있었다. 이승만 정부 시절 영화관 입장세를 없애는 것만으로도 한국영화제작이 활성화되었던 것이 여기에 해당하는 사례다. 지금은 어림도 없다. 오히려 중앙정부 엔터테인먼트 정책 담당자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체질을 강화할 수 있도록 경쟁적인 시장환경을 조성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세계화 상황에서는 그렇다.

열광하는 국민

한류 엔터테인먼트 생산물은 이미 공공재다. 박찬욱 감독이 만든 <아가씨>가 영국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거나 싸이가 전세계 대중음악 차트를 석권하면 온 국민이 기뻐한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한국 사람의 정체성을 떠받치는 한 축이다. 국민적 경사 정부나 기업만 노력해서는 안 되겠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은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최근 10년 동안 한 해 평균 3.5회에서 4.1회 극장을 찾았다. 특히 전체 인구의 13%에 불과하지만 전체 영화관 입장권의 57%를 구매하고 있는 미국영화 골수팬’(frequent moviegoer)들이 영화산업을 견인하고 있다. 자국 영화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스크린쿼터와 같은 안전장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영화가 자국 시장에서 선전할 수 있는 결정적인 이유는 미국 국민의 적극적인 지지다.

 

The Motion Picture Association. 2019. 2019 Theme Report. 18쪽.

한국은, 1993년 우리나라 영화시장에서 한국영화가 차지한 점유율은 15.8%로 떨어진다. 역대 최저를 기록한다. 1996년 국민 1인당 영화관람 횟수는 연간 1회 이하로 떨어진다. 이 또한 역대 최저다. 1991년 한 해 동안 히트곡을 낸 가수는 35명으로 히트 차트를 발표한 이래로 가장 적었다. 1992년 한 해 동안 히트한 음반은 44개로 역시 가장 적었다.

 

우리나라 영화관람객 한 해 영화관람횟수. 1996년 0.9회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199126일 국회를 통과한 음반 및 비디오에 관한 법률은 강도 높은 처벌 규정을 담았다. 이 법률에 의거해서 1992년 한국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개방한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생존의 기로에 선다. 1997년 경제위기로 말미암아 또 다시 치명적인 상황으로 내 몰린다. 두 차례 위기를 딛고 일어서는 과정에서 한국 엔터테인먼트는 거의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이것이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에게 아주 좋은 약이 됐다. 우연히 경쟁적인 시장 환경이 만들어졌다. 국민들은 열광했다. 엔터테인먼트 중소기업은 한국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서편제, 친구, 박하사탕, 공동경비구역 JSA, 괴물, 국제시장, 노바디, 강남스타일, 주몽, 대장금 ······.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는 과정에서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놀라운 영화와 대중음악 그리고 드라마를 쏟아냈다

 

한국영화시장 국적별 점유율에서 한국영화 시장점유율은 극적으로 높아지기 시작한다. 2003년 한국영화가 미국영화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한다. 오후 2 FM 라디오 음악방송은 팝 위주 편성에서 한국대중음악 위주로 재편성한다. 한국 엔터테인먼트의 생존을 넘어서선 성공 비결은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목숨을 건 '자구노력'과 우수한 콘텐츠만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적 시장' 환경이다. 아울러 한국 국민들이 보여 준 '열광적인 지지'는 한국 엔터테인먼트를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우리나라 영화시장에서 한국영화와 외국영화의 시장점유율 추이. 1993년 15.9%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2003년 사상 처음으로 한국영화 시장점유율이 미국영화 시장점유율을 추월했다. 2006년에는 사상 최대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러한 모든 과정을 거친 결과로 한국 엔터테인먼트는 한류로 재탄생한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마음껏 즐기시라! 이제 온 세상이 한국 엔터테인먼트 생산물에 열광할 차례다.

 

최석호. 2019. "마음껏 즐기자!". <헤럴드경제> 5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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