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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연구 (Leisure Studies)

고귀한 북리, 북촌한옥마을

최석호

서울신학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

2018123

 

호적장부

대한제국이 성립된 1897년부터 1907년까지 호구조사를 실시해서 신식호적, 호적장부를 만든다. 신식호적에 따르면, 북촌 6개 방에 사는 백성들 중에서 양반이 가장 적게 사는 진장방에도 양반비율은 50%나 된다. 양반비율이 가장 높은 양덕방에는 67%가 산다. 문반과 무반 비율 차가 가장 많이 나는 곳은 가회방이다. 가회방에 사는 백성 중에서 양반은 54%를 차지하는데, 이중 문반이 42%.

 

자랑스러운 조선집장사 정세권이 개발한 북촌한옥마을

귀척 북리, 천예 여리

귀한 사람(貴戚)은 북쪽에 살고 천한 중(賤隸)은 남쪽에 산다고 했다. 북쪽 귀척의 집을 북리(北里)라 하고 남쪽 천예의 집을 여리(閭里)라 했다. 북촌 가회동은 조선을 이끌어 가는 문반이 집중적으로 모여 사는 그야말로 고귀한 사람들 동네 북리(北里), 요즘 말로 북촌이다.

고사자 김정호가 1861년에 만든 대동여지도 <도성도> 붉은 색으로 칠한 귀척의 집이 북부에 집중되어 있다. (지도 출처 : 서울역사박물관)

조선 500년 동안 변치 않았던 북촌에 소용돌이가 몰아치기 시작한 것은 1920년대다. 1920년까지 거의 변화가 없던 한성부 인구가 갑자기 불어난다. 1920년에 250208명이던 한성부인구는 1930355426명으로 폭증한다. 일제는 경성부청, 경성제대, 동양척식주식회사, 조선식산은행 직원숙소 등 식민통치기구를 대거 북촌으로 옮긴다. 남촌에 살던 일인들이 북촌으로 이주하기 시작한다. 몰락한 조선농민들이 대거 경성부로 올라온다. 살 집이 모자랐다. 땅값이 치솟았다. 한양에 마지막 남은 택지 북촌을 두고 조선인과 일인 사이에 한바탕 땅 전쟁이 벌어진다.

 

조선집과 문화주택

1878년 일본 제일은행 부산지점을 신축하면서 일본인 건설업체가 처음 조선에 진출한다. 1912년 부산에 일본인 토목건축회사를 세운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 연이어 승전하면서 일본인 건설업체는 급격하게 늘어났다. 서양식 문화주택을 짓는다. 야금야금 북촌을 갉아먹는다.

 

조선집장사들이 반격에 나선다. 1924년 정희찬이 삼청동 35번지 맹현 일대 임야를 9000원에 불하받는다. 정희찬·김종량·정세권 등 조선집장사들은 9170평을 204개 필지로 쪼개서 조선집을 짓는다. 1933년 정세권은 가회동 33번지와 34번지 1535평에 40동 조선집을 짓는다. 19362차로 가회동 31번지와 32번지 5594평에 81동 조선집을 짓는다. 정세권이 지은 113동 조선집 중에서 90동은 지금도 그대로 남아있다. 건축왕 정세권이 만든 조선집 북촌한옥마을이다.

 

우리말 큰사전

정세권은 낙원동에 조선물산장려회 회관을 신축한다. 북촌 화동에 조선어학회 회관을 짓고 후원하여 우리 말 큰사전출간을 돕는다. 194211월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흥원경찰서에 끌려간다. 모진 고문을 당한다. 19436월 동대문경찰서에 끌려간다. 뚝섬 일대 큰 땅을 강탈당한다. 조선어학회 동지들의 고문을 덜어주기 위해 강탈을 용인한 것이다. 광복을 되찾은 뒤 대한민국 정부에 해당 토지를 돌려달라고 요청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귀속재산을 서울시에 환지한 후 법무부에 팔았다고 답한다.

 

1942년 10월 1일 조선어학회 회원들은 일경에게 끌려가 모진 고통을 겪는다. 1949년 그 날 다시 모여 찍은 기념사진. 앞줄 왼쪽 두 번째가 조선집장사 정세권 선생 (출처 : 오마이뉴스)

, 대한민국! 친일매국 한 자의 땅은 그 후손에게 돌려주면서 온 재산 바쳐 일제에 맞서 싸운 독립운동가의 후손에게는 절대로 돌려주지 않는다. , 대한국인! 가회동 북촌한옥마을의 아름다움은 알면서도 건축왕 정세권은 기억하지 못한다.

 

최석호. 2018. "고귀한 북리, 북촌한옥마을". <헤럴드경제> 1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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