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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연구 (Leisure Studies)

주말여가 8계명

최석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 레저경영연구원 원장

동아일보 2007년 6월 15(토)

 

주말여가시간이 증가하면서 여가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직도 여가시간을 즐긴다기 보다는 여가시간을 죽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하면 주말여가시간 죽이기에서 벗어나 주말여가 즐기기를 할 수 있을까?

 

1. 시간들여서 여가활동을 하라.

급속한 경제성장을 거듭하면서 우리 가정의 여가장비도 끈임 없이 다양해지고 고급화됐다. 그러나 비싼 돈 주고 산 DVDCD 중에서 다 보고 다 들은 것은 절반도 안 된다. 여가즐기기는 여가활동이지 여가소비가 아니다. 돈 들여서 여가장비를 사지 말고, 시간 들여서 여가활동을 하라! 돈은 통장에 쌓이고 시간은 즐거워진다.

 

2. 생활권 여가를 즐겨라.

집에만 머무르기에는 너무 길고 생활권을 벗어나기에는 너무 짧은 것이 주말여가다. 매 주 규칙적으로 찾아오는 이틀에 현혹되어서 먼 길을 나섰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금요일 오후가 되면 이미 여가모드로 전환이 되는 것처럼 일요일 오후가 되면 노동모드로 전환해야 한다. 주말여가는 생활권 내에서 즐겨라! 집 나가면 고생이다.

 

3. 나드는 여가시간을 반대로 하라.

5일 근무제는 도입했지만 아직 시차제(staggering)를 도입하지는 않았다. 일할 때 모두 일하고 놀 때 모두 논다. 서울에서 한 두 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는 놀이공원에서 주말여가를 보낸다면, 토요일 오후 네 시쯤 출발하는 것이 좋다. 반대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차도 막히지 않고, 사람들이 빠지는 시간이기 때문에 줄 서서 기다릴 필요도 없다. 다른 사람들이 나갈 때 들어가라! 재미는 계속 이어지고 시간낭비는 없다.

 

4. 한 번에 한 가지 여가활동을 하라.

토요일 오후 한 가정의 거실에는 텔레비전이 켜 져 있다. 그런데 어머니는 설거지를 하고, 자녀는 온라인게임을 하고, 아버지는 신문을 본다. 한꺼번에 여러 가지 여가활동을 하면 몰입할 수 없다. 당연히 만족도가 떨어진다. 한 번에 한 가지 여가활동을 하라! 몰입의 세계 속에서 행복을 체험하게 된다.

 

5.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여가활동을 하라.

몰입할 수 있는 여가활동은 정해져 있다.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여가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여가만족도는 높다. 소극적이고 정적인 여가활동을 하는 사람보다 더 몰입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여가활동을 하라! 여가에 몰입하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 진다.

 

6. 잘 놀 수 있도록 잘 배워라.

여가활동 만족도는 그 활동을 하는 사람의 여가기술 수준과 여가활동의 난이도가 비슷한 경우에 높아진다. 최상의 기술을 가진 사람이 최상의 난이도를 가진 여가활동을 하면 여가만족도가 최대로 높아진다. 따라서 여가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여가교육을 받아야 한다. 여가교육은 가장 확실하고 가장 중요한 노후대비다. 고령사회에서는 늙어서 죽는 것이 아니라 지겨워서 죽을지도 모른다. 잘 놀 수 있도록 잘 배워라!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

 

7. 가장 한국적인 여가를 즐겨라.

지난 10여 년 동안의 세계화시기를 거치면서 한국인들은 독특한 여가행동을 했다. 팝송을 듣고 콜라를 마시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던 한국인들이 이제는 한국대중음악을 듣고, 한국 전통음료를 마시고, 한국영화를 본다. 한국인이라면 한국적인 여가를 즐겨라! 행복, 보장한다.

 

8. 가장 세계적인 여가를 즐겨라.

콜라독립을 선언했던 8.15는 독립하지 못했고, 유명브랜드 운동화를 OEM방식으로 생산하던 회사의 독자브랜드 생산은 밀려들어오는 글로블 브랜드 앞에서 흔들리고 있다. 한국적이기만 할뿐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맛과 브랜드가치를 창출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은 가장 세계적일 때에만 빛을 발한다. 가장 세계적인 여가를 즐겨라! 우물 안 개구리는 안 즐겁다. 계속 운다.

 

출처 : 최석호. 2007. "주말여가 즐기기 7계명". <동아일보> 6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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