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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구락부

북리뷰 《매핑 도스토옙스키》

석영중. 2019. 《매핑 도스토옙스키》 열린책들.

석영중 교수 도스토옙스키를 걷다

최신작 매핑 도스토옙스키는 도스토옙스키가 세계 곳곳에 남긴 흔적들을 두 발로 직접 걷고 그의 삶과 문학 세계를 독자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소개하는 책이다. 전문 연구자의 생생한 도스토옙스키 걷기의 기록이다. 도스토옙스키의 문학 세계로 흥미롭게 독자들을 초대하는 충실한 안내서다.

석영중 교수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러시아, 카자흐스탄, 체코, 프랑스, 독일, 영국, 스위스, 이탈리아 등지를 아홉 차례 오가며 도스토옙스키의 흔적을 찾아서 걸었다. 이 여정의 기록을 토대로 20181월 첫 주부터 12월 마지막 주까지 1년의 시간에 걸쳐 잡지 중앙SUNDAY에 총 48회의 칼럼을 연재했다. 이를 모아 6개의 부와 48개의 장으로 구성한 이 책은 각 장마다 한 도시를 이야기하고 그 도시와 관련된 한 주제를 다룬다. 마치 각각의 조각들이 어느 틈엔가 거대한 형상을 이루는 모자이크화를 보는 듯하다.

도스토옙스키 문학도서관 홈페이지

러시아 여섯 곳과 카자흐스탄에 흩어져 있는 모두 일곱 군데 도스토옙스키 기념관, 도스토옙스키가 머물렀던 셋집, 그가 걸었던 유럽의 골목길과 상점, 시베리아 유형지 감옥, 그가 잠든 무덤. 그의 삶과 작품에 각인된 장소들을 되짚는 여정은 내 삶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으로 뒤바뀐다. 어느새 몰입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주제의식을 고수한 빼어난 글쓰기

석영중 교수가 쓴 매핑 도스토옙스키는 주간지에 게재하기 위해 쓴 글이다.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 기념으로 직접 현장을 걷고 난 뒤 도스토옙스키와 그의 문학작품을 생생하게 재구성했다. 짧은 시리즈 글은 주제를 벗어나기 십상이다. 일관성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듯이다. 소재가 매번 달라지면서 결국 주제도 일탈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석영중 교수는 길을 잃지 않았다. 쉽지 않은 일을 해냈다.

《메핑 도스토옙스키》를 쓴 석영중 교수 (ⓒ 메디컬뉴스)

그러나 옥에 티도 보인다. 브란겔 남작과 만나는 장면을 자세히 읽어보자.

“1854215일 형기를 마친 도스토옙스키는 시베리아 제7 보병대대 사병이 된다. 지금은 카자흐스탄에 속한 세메이에 위치한 과거 러시아 톰스크 주 세미팔라틴스크에서 185972일까지 5년 동안 복무한다. 이곳에서 도스토옙스키 병사는 브란겔 남작을 만난다. 도스토옙스키 사형집행 현장을 목격했던 사람이다. 도스토옙스키가 쓴 가난한 사람들을 여러 번 독파하면서 학장시설을 보냈다. 귀족학교를 졸업하고 법무부에 취직한 브란겔은 시베리아 근무를 지원했다.

도스토옙스키

출발전 도스토옙스키의 형 미하일과 만나서 편지와 50루불, 옷가지, 책 들을 받아왔다. 세미팔라틴스크에서 도스토옙스키를 찾아서 전달했다. 도스토옙스키는 형과 동생의 편지를 읽으면서 숨죽여 울기 시작했다. 브란겔도 아버지와 누나를 떠올리고는 처량하게 그리워졌다. 두 사람은 목을 끌어안고 엉엉 울었다.”(석영중. 2019. 《매핑 도스토옙스키》 열린책들. 141쪽에서 142쪽)

나는 남자다. 내가 아는 남자는 이런 식으로 우정을 형성하지 않는다.

도스토옙스키 작품에 대한 비평을 기대한다

도스토옙스키 인생을 시간 순서대로 그리고 공간 이동 경로를 따라서 매핑을 전개한다. 마치 春秋를 쓴 공자 같다. 편년체다. KBS에서 지난 19981020일 방송한 <TV 문화기행 - 인간이 신을 떠날 때, 죄와 벌>도 마찬가지다. 편년체다. 석영중 교수가 쓴 책이나 KBS가 제작한 다큐멘터리뿐만 아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도스토옙스키 문학에 대한 것은 기존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도스토옙스키가 살았던 인생을 시간 순서대로 그가 살았던 장소를 찾아가는 방식이다. 자칫 기존 내용을 모아서 충실히 요약하고 잘 정리하는데 그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삼락구락부 독서토론 《매핑 도스토옙스키》 발제

이제 도스토옙스키 인생이 아니라 작품을 통시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책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독자가 관심을 가진 것은 독스토옙스키 작품인데 저자는 인간 도스토옙스키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브란겔 남작, 인쇄업자, 스닛키나 등이 겪은 도스토옙스키에 대해서 자세하게 남겨놓았다. 그의 삶을 쉽게 복원할 수 있다. 매핑은 항상 그가 쓴 작품이 아니라 그가 산 삶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기전체 매핑을 기대한다.